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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운영을 하는 곳이지 경영을 하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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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03 10:08 조회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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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운영을 하는 곳이지 경영을 하는 곳이 아니다

  •  박정일
  •  승인 2025.06.24 09:07


비정규교수가 새 정부에 요구한다⑦

박정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경대분회장


지난 2019년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 시행 이후 6년이 지나고 있다. 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강사제도’가 도입됐지만, 강사들은 시간강사 때보다 모든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한다. 교육부와 국회 앞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을 벌여도 묵묵부답이다. 강사들이 말하는 현행 ‘강사제도’의 개선 과제를 일곱 차례에 걸쳐 듣는다. 

 

학생을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 
‘고객’으로 보고, 교수와 연구진을 실적 중심의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것은 
대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박정일 비정규교수노조
부경대분회장

대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대학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고 새로운 진리를 연구하며 그 결과를 사회와 공유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 아니라 학문적 탐구를 통해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후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그 본질상 공공성을 띠며, 사회적 책임과 교육적 사명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대학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성의 요람으로서 기능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등으로 인해 많은 대학이 스스로를 ‘경영’의 주체로 변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대학은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학과 기업의 차이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존재한다. 기업의 경영자는 자본을 투자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판매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의사결정은 수입과 비용 그리고 이윤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반면 대학은 좁게는 교육과 연구, 넓게는 사회적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대학의 존재와 관련한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 ‘지식의 확산’, ‘인재 양성’ 등이다.

이러한 가치는 ‘이윤’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으로 달성될 수 없다. 학생을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 ‘고객’으로 보고, 교수와 연구진을 실적 중심의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것은 대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학을 ‘경영’하게 된다면

대학의 의사결정에 이윤을 위한 경영 논리가 도입되면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약화될 것이다. 대학의 이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순수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분야는 점차 축소되거나 폐지의 대상이 된다. 이는 응용과학 발전의 기틀을 붕괴시키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기에 인간 사회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 윤리·도덕 등의 이론적 틀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경쟁력을 이유로 학과 통폐합이 빈번해지면서 학생들은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잃게 될 수 있으며, 강의의 대형화 등으로 인해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 교수진 역시 논문 실적, 외부 수주 과제 등의 수치로 평가받으며 교육과 연구의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지식 생산의 중심지에서 ‘실적 기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운영방안

대학은 지식의 축적과 인재 양성을 통해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이윤이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는 대학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대학 역시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교육부는 대학이 기업의 형태로 경영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다양한 지식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 

대학은 운영되어야 한다

대학은 ‘경영’이 아닌 ‘운영’의 대상이다. ‘운영’이란 조직의 본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조정하는 활동이다. 이는 대학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연구와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은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체계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학이 경영 논리에 편입될 경우, 그 본연의 역할은 약화되고 사회 전체의 지식 기반 역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금 대학의 본질을 되새기고, 공공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대학의 ‘운영’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기업의 흉내를 내어서는 안 된다. ‘경영’이 아니라 ‘운영’을 통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 수 있다.

박정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경대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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