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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지키려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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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4-16 12:02 조회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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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지키려면

2019-04-15                           김진균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 대변인

 

 

8월에 시행될 개정 강사법의 정식 명칭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강사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2011년 이명박 정권은 고등교육법 중 강사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법률안을 입안하였는데, 이에 앞서 사학법 개선 반대로 승기를 잡아 집권한 당시 여당은 오히려 강사 대량 해고를 유발하는 기발한 전략을 구사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개악 강사법’이라 부르며 막아왔으나 박근혜 정권까지 유예와 개악을 반복하며 끈질기게 되살아나서 2019년 시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다행히 탄핵 정국을 거쳐 집권한 현 정부 여당은 개악 강사법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수용했다. 강사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단체와 강사단체 간의 합의를 이끌어냈고, 국회에서도 이 합의에 기반하여 개악 강사법의 독소 조항들을 제거한 개정 강사법을 만들어주었다. 법률 밖에서 자의적으로 활용되던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1년 단위 계약을 통해 퇴직금과 방학 중 임금을 보장하며, 건강보험을 제외한 3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미흡하나마 일정한 제도적 진전을 이루게 됐다. 사회적 우려를 악용하여 개악안을 창출한 이전 정권의 강사법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학과 강사가 합의를 통해 개선의 방향으로 겨우 수습해놓은 것이 지금의 개정 강사법이다.

 

그러나 개정 강사법의 합의 주체였던 대학 당국이 강사법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를 핑계로 강사를 해고하고 강좌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대학 당국은 비용이 부담된다고 하지만 정부는 강사 처우 개선 예산을 편성했고 앞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용 여력이 없다고 하지만 대학들의 적립금은 8조원을 넘나든다. 교육부가 강사 대량 해고 대학에 재정지원을 제한하겠다고 했으니 강사 고용안정에 적극 노력해야 재정지원을 받고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강사 대량 해고로 방향을 잡은 대학들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은 강사법 시행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인문사회계열은 학생 25명당 교수 1명, 의학계열은 8명당 1명 정도로 설정되어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이라는 것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8명에 비해서도 한심한 기준이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마저 준수하지 않아서 평균 학생 30명당 교수 1명 수준이다. 짐작보다는 어지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통계에는 열악한 처지의 비정년트랙 계약직 교수들과 강의가 거의 없는 의대 교수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강의를 하는 정규직 교수만으로 통계를 잡아보면 이 수치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추락할지 알 수 없다. 이처럼 겉보기만으로는 적당히 오해할 만한 불편한 진실들이 대학들에는 적지 않다. 입학제도만 복잡한 게 아니라 회계 구조와 인력 구조 및 학과 구조마저 복잡하게 만들어서 교육부조차 대학의 사정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전망을 잃은 강사들이 절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복잡한 구조 안에서 대학들은 돈 안 되는 학문 영역은 축소하고 돈 되는 영역에는 비정규직을 투입하여 이익을 추구해왔다. 대형 강의와 인터넷 강의를 도입하고, 정원 외 입학생을 폭증시키고, 대학원 등록금을 앙등시키고, 평생교육원을 확장하며 이익을 추구했다. 시민들이 민주화를 통해 확보해준 자율성을 대학은 이윤 창출과 그에 따른 학문 기반 파괴의 방향으로 남용해왔다. 전임교원 확보율 같은 최소한의 규정도 예사로 위반해왔던 것이다. 복잡한 구조 탓에 대학 당국의 반칙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학습의 결과로,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급기야 강사법이라는 사회적 합의마저 뒤집으려고도 한다.

 

대학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비용을 핑계로 강사를 몰아낸 대학에서 강의를 잃은 강사들만이 아니라 전임교원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 연구와 교육의 실종을 체험하고 있다. 전임교원들은 성과 경쟁의 피로 위에 초과 강의의 과로로 내몰리고 있다. 강좌를 줄인 대학에서 학생들은 소수 첨단 학문은 물론 필수 강좌에까지 번진 수강신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배들이 쫓겨난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예견하며 좌절하고 있다. 대학 운영 예산의 1%도 안 될 강사법 시행 비용 때문에 구성원 모두를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대학 당국의 경영능력 파탄을 보여주는 것이고, 강사법을 회피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방기하는 것은 대학 당국의 도덕성 파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전임교원 인건비의 1할 이하를 받으며 연구와 교육의 절반을 담당해오던 강사에 대한 가혹한 착취를 조금이나마 개선해보자는 사회적 요구를 올바로 수용한다면, 대학 당국은 강사 착취에 기반하고 있던 잘못된 회계 구조를 바로잡는 적극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행 지출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구조조정이라는 오답만 붙들고 있다면 대학은 자멸의 나락으로 접어들어 사회의 걱정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대학 당국이나 대학 구성원들은 모두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여 고등고육의 공공성을 오이시디 평균만큼이라도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데에는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로 전락해서야 재정 확대를 추진할 여론이 형성될 수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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