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대학가에 수강신청 대란이 일었다. 고려대 총학생회 조사 결과, 올해 1학기 학부 전공과목은 지난해 1학기에 비해 74개, 교양과목은 161개 감소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1학기 대비 선택교양 수업이 약 66%, 필수교양은 10% 줄었다. 강의가 줄자 학생들 사이에 수강신청한 과목을 사고팔기도 한다. 강좌가 줄어든 건 두 대학만의 얘기가 아니다. 과목 전부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졸업 이수학점 자체를 줄인 사례도 있다.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671만원이다. 이 정도의 돈을 낸 대학생들이 왜 수업이 줄어서 강의를 서로 사고팔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을까?

사태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 강사법이다. 이번에 개정된 고등교육법을 의미한다. 대학 시간강사들의 고용안정성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다. 오는 8월1일부터 시행된다. 강사법은 기존 시간강사 모델이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고려대 철학과 강사협의회 소속인 한 시간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전에는 시간강사가 전임교원, 즉 교수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이게 달라졌다. 전임교원의 진입장벽은 계속 높아져왔고, 채용 공고에 응시하는 것 말고는 시간강사가 전임으로 ‘점프’할 방법이 없다. 시간강사는 일용직 직업군으로 고착화되었다.”

ⓒ시사IN 조남진고려대 철학과 강사들은 ‘강사법 시행과 관련한 대학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대자보(왼쪽)를 붙였다.
시간강사는 15주짜리 ‘일용잡급직’

‘일용직 직업군’이라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2017년 기준 시간강사는 7만6164명이다(전임교원은 9만902명). 전공 강의의 19.4%, 교양 강의의 27.4%를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40세 이상이 시간강사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41~50세가 39.3%, 51세 이상이 24.5%다. 이들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니다.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되어 매 학기 15주짜리 계약을 맺는다. 임용이 아니라 ‘위촉’되는 형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그걸로 끝이다. 별다른 사유 없이도 해촉된다. 대학에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해촉되었다는 뜻이고, 그때부터는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정규직 전임교원이 누리는 고용보호와는 천지 차이다.

전임교원들도 주기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그런 ‘재임용 절차’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시간강사들의 시각에서는 엄청난 특권이다. 전임교원들은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재임용된다. 임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관례대로라면 전임교원의 소청심사는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전임교원의 고용보호가 일반 노동자보다도 특별하고 강력한 이유가 바로 이 소청심사 때문이다.

시간강사들은 전임교원과 비교하기 우스울 정도로 적은 보수를 받는다. 시간당 강의료만 임금으로 책정된다(강의 준비나 학생 평가에 투입하는 시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2017년 현재, 전체 국·공립대학의 시간당 강의료는 평균 7만1000원, 사립대는 평균 5만3000원이다. 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전임교원의 주당 최대 강의 시수인 9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사립대 시간강사 연봉은 1350만원이다. 시간강사와 정교수의 임금 격차는 국립대는 5배, 사립대는 10배에 달한다. 시간강사 중 태반이 주당 6시간도 강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상황은 더 열악하다. 당연히 연금도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지난해 9월3일 이용우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위원장(왼쪽)이 강사제도 개선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시간강사가 전임교원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한낱 ‘열악한 직업’으로 전락하면서 이미 희생자가 양산되었다. 2003년 백 아무개 서울대 연구교수(비정규직 교수의 일종이다)가 학교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 시간강사의 차별적 지위를 개선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그뿐이었다. 2008년에는 건국대 강의전담교수(역시 비정규직 교수의 명칭이다)가 자살했다. 2010년 서정민 조선대 시간강사는 유서에 교수 임용 비리와 논문 대필 실태를 폭로했다.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교수와 제자=종속관계=교수=개’의 관계를 세상에 알려주십시오. 제가 당신 종입니까?”

이런 희생에 대한 답변으로 국회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강사법을 통과시켰다. 강사에게 고등교육법상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위촉이 아니라)을 원칙으로 하며, 공개채용으로 강사를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평균 강의 시간이 주 4시간에 불과한 시간강사들에게 ‘한 대학에서 최소 9시간 강의’를 요구하는 시행령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강사 한 명이 9시간을 맡게 되면 다른 강사들이 대량 해고될 우려가 있었다. 1년 계약기간이 끝난 뒤의 고용보호도 불투명했다. 해고 위험을 느끼는 시간강사들은 물론이고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대학들도 이 법률에 반발했다. 결국 강사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 시행은 이후 네 차례나 유예된다. 그런 탓에 ‘유예 강사법’이라는 별명까지 달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부는 대학·강사 대표와 국회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꾸렸다. 협의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1일 시행 예정인 제도가 바로 ‘개정 강사법’이다. ‘강사에게 고등교육법상 교원 지위 부여’ ‘1년 이상 공개임용(매 학기 15주 위촉이 아니라) 원칙’ 등은 ‘유예 강사법’에도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과 ‘방학 중 임금 지급’이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개정 강사법’에서는 강사의 고용보호가 이전보다 크게 강화되었다. 우선 학기 단위였던 계약(위촉) 기간이 1년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퇴직금도 발생한다(퇴직금을 받으려면 1년 이상 계속 일해야 한다).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은, 적어도 3년 동안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임용이 거부되더라도 전임교원들처럼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이라고 소청심사를 청구해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대학 측이 강사를 말도 없이 해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연합뉴스2010년 서정민 조선대 시간강사는 교수 임용 비리와 논문 대필 실태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래는 당시 서씨의 분향소 모습.
대학 측으로서는 시간강사를 고용하는 비용이 이전보다 상승하게 된다. 대학들은 방학 4개월분의 임금과 퇴직금까지 합치면 연 3326억원(대학 전체 기준)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추가비용을 연 793억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방학 중 임금을 1개월분만 포함한 데다 ‘주 3시간’ 강의하는 강사를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결과다. 방학 중 임금의 수준은 임용계약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지만, 지금껏 없던 추가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먼저, 시간강사를 필요에 따라 사용해온 고용주인 대학이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대학들이 이미 팽창기를 지나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대학들은 그동안 등록금을 올리고 학생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해왔다. 이런 방식의 경영은 더 이상 작동 가능하지 않다. 등록금은 지난 10년간 동결 상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고 있다. 등록금 수입도 줄어든다. 2017년 현재 4년제 사립대 학부 등록금 수입은 2013년 대비 2912억원이나 감소했다.

대학들이 엄살을 피운다는 시각도 있다.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대학의 추가비용 부담이 전체 수입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의 전체 수입 대비 강사료 지출 비중은 1~3% 정도다. 강사법 시행 이후 대학이 추가로 감당할 금액이 전체 수입의 0.8~1.5%에 불과하므로 큰 부담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대학 측의 의견은 다르다. 4년제 대학의 처지를 대변하는 이성은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책연구팀장은 “대학 전체 수입 총액을 놓고 볼 때 1%대는 적은 돈일 수 있다. 고정비(어떤 경우에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를 다 떼고 남는 가용 비용이 대학 수입의 5% 이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정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되는 비용이 1%라 해도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시사IN 신선영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해고된 김어진 박사(위)는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대학들이 보유한 엄청난 적립금 규모를 감안하면 ‘대학 엄살론’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다. 2017년 결산 기준 4년제 사립대학 139곳의 누적적립금 총액은 무려 7조9498억원에 달한다. 함정이 있다. 대교협에 따르면 국내 153개 4년제 대학이 보유한 적립금 가운데 70% 가까이가 상위 10개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 또 적립금은 기타 적립금을 제외하고는 연구·건축·장학·퇴직 등 정해진 목적에만 쓸 수 있다.

모든 대학이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다면, 개정 강사법 시행에 따른 비용 논란은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강사법 시행으로 강의를 줄인 대학에 페널티를 주기로 했으니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의 재정이 진정으로 한계상황이라면? 고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대안을 지향하게 된다.

먼저 대학 같은 고등교육은,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인적자본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인의 투자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대안이다. 대학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이 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라는 논리다. 이를 ‘수혜자 부담론’이라 부르자.

‘수혜자 부담론’에서 ‘공적 보조론’으로

그 논리는 명확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고졸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전문대 졸업자는 116, 대학 졸업자는 149, 대학원 졸업자는 198이다. 고등교육을 이수한 개인은 더 높은 수입이라는 형태로 사적 수익을 얻는다. 그러므로 개인의 선택에 따른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학 교육이 ‘개인이 자신에게 투자해서 자신만의 가치를 높이는’ 것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등교육의 편익이 대졸자 개인에게만 온전히 돌아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 즉 사회로 흘러넘친다면, 국가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공적 보조론’이라고 하자.

노동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에 따르면, 한 도시에 대졸자(숙련노동자)가 늘어나면, 대졸자보다 고졸자나 고등학교 중퇴자의 수입이 더 크게 오른다. 대학에서 배운 숙련 지식이 해당 지역 모든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직종을 창출하는 데 활용되기 때문이다. 모레티의 저서인 〈직업의 지리학〉에 따르면, 대졸자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그가 받는 임금보다 훨씬 높다. 예를 들어 고등교육을 받은 자가 결과적으로 100의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면 그중 50 정도만 자신의 보수로 받고 나머지 50은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레티는 대학 교육에 공적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고등교육(대학)에 투자하는 이유다.

사실 한국 사회의 지난 10년은 고등교육이 수혜자 부담론에서 공적 보조론으로 움직여온 궤적이기도 했다. 지금은 두 논리가 조화롭지 않게 섞여 있다. 이를테면 대학들은 사실상 수혜자 부담론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동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얄궂게도 ‘자율성을 운운한다면 받지 않아야 마땅한’ 국가지원금을 얻기 위해서다. 그해부터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지 않으면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2011년에는 ‘최근 3년 동안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상한제’이지만 ‘등록금을 인상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지 못했다. 국가장학금 지원 여부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립대학들은 적어도 물가상승률 정도로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허용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0년대 들어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를 늘려왔다. 2012년 도입한 국가장학금(반값 등록금) 예산이 점점 늘어나 최근에는 연간 4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고등교육 투자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2015년 현재, ‘고등교육에 사용된 교육비 가운데 정부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6.0%인 데 비해 한국은 36.1%에 그친다. 대학에 대한 지원도 장학금에 집중될 뿐,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데는 난색을 표해왔다. 이는 한국 대학의 85%가 사립대학인 현실과 관련이 깊다.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대학에 엄청난 지원금을 투입하고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는 등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립대학 운영은 대학이 책임지라’고 시치미를 뗀다.

이런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에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국가 예산을 편성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올해 강사법 시행 예산은 국회 교육위원회가 책정한 550억원에서 288억원으로 깎였다. 이성은 대교협 팀장은 “고등교육은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사회적 책무의 영역이다. 공공성을 띠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하는 것인데, 정작 대학 지원 문제에서는 ‘너희는 민간 영역’이라고 한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편인 일본과 미국도 대학 회계의 10% 내외를 정부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용도도 묻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립대학의 ‘다른 주머니’를 기대하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는 수혜자 부담론과 공적 보조론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누가 고등교육에 돈을 낼 것인가’라는 핵심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게 가장 나쁘다. 가만히 두면, 대학들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고려대 교무처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은 강사법에 대한 대학들의 인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강사법 시행 예정 관련 논의사항’이라는 이 학교 문건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목표: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 필요 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간강사를 채용하지 않음. (…) 1단계:각 학과에 매 학기 개설하여 운영하는 과목 수 감축. 2단계:전임교원 강의 확대.”

오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강사 해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어진씨(50)도 그중 한 명이다. 경제학 박사인 김씨는 2011년부터 시간강사 생활을 해왔다. 한때는 5개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수도권의 한 사립대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학의 이해’ 교양 강의를 해왔다. 이제는 그럴 수 없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불안했다. 확인차 조교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강사 선생님들은 이번에 수업 못하시게 되었어요’라고 하더라. ‘혹시 강사법 때문인가요?’ 물었더니 ‘네’ 했다.”

“글쓰기·철학·역사·예술 수업 사라져”

그는 주 3시간 강의하고 월 60만원을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다는 게 큰 벼슬은 아니지만, 좋아했다. 김씨는 피켓을 들고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국제교류처를 항의 방문했지만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 김씨가 하던 강의는 전임교원에게 돌아갔다. 김씨의 작은 움직임에 해고된 강사들의 모임인 ‘분노의 강사들’이 꾸려졌다. 8월 강사법 시행에 앞서 공개채용을 진행해야 하는 5~6월부터 시간강사 해고 움직임이 본격화할 거라고 이들은 예상한다.

김씨는 “강사법이 통과될 때 정부가 재정 지원을 반드시 하도록 하고, 대학이 이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면 이런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강사법에만 원인을 돌리는 시각에는 반대했다. “이 문제는 비용이 드니 자를 수밖에 없다는 협소한 차원을 넘어선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강의만 남고 글쓰기, 철학, 역사, 예술, 기초이론 수업은 사라졌다. 다양한 연구를 했던 강사들이나 신진 연구자들은 대학에 더 이상 적을 두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 대학이 지속 가능한 교육기관으로 남겠는가, 라는 근본적 물음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그동안 한국 대학이 강사들을 너무 쉽게, 싸게 써왔다. 전임교원이 누리는 고용보호에 비해 너무 가혹한 룰을 강사들에게 적용해왔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결국 교수들이 임금동결과 같은 양보, 희생으로 연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간강사는 1977년 교원 지위를 박탈당했다. ‘교원’으로서 대학의 구성원으로 공식 인정되면, 시간강사들은 대학본부에 여러 가지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그 요구에는 전임교원과의 임금격차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 적어도 교육 영역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사법은 이런 변화를 염두에 둔 첫발인데, 대학 팽창이 끝난 구조조정 국면에서야 시행을 앞두게 되었다. 고등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과소 투자가 발생한다면 누가 돈을 내야 하는가? 한국 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강사법 풍경이 보여준 핵심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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